<일반부 장원>
겨울 강
(황유경)
연어가 온 몸에는 얼음이 박혔다
얼음강 부수는 연어의 몸에서
봄달을 닮은 알들이 무수히 태어나고.
죽은 어미 눈빛 닮은 달빛을 받고서
봄달들이 겨울 강처럼 깨어나고 있었다
그날 밤 한 마리 연어 겨울강이 되었다.
제 13회 전국시조백일장 장원작
<초등 저학년부 장원>
생일
조유정(서울신길초 1학년)
분홍색 풍선을 가아득 불어요
빠알간 원피스 엄마가 주셨어요
아빠는 어떤 선물 주실까 가믓이 두근두근
예쁜꽃 햄스터에 아기인형 하나 가득
선물 안고 잠이든 즐거운 내 생일
가족의 사랑 가득 담아 미소가 방긋방긋.
<초등 중학년부 장원>
점심시간
이서진(고양 백마초 4학년)
맛난 냄새 풍겨온다 저 밑의 급식실에어
조물조물 나물냄새 지글지글 고기냄새
시계를 쳐다보니깐 아직도 11구나.
이제는 12시다 울려오는 급식 종
아이들이 앞 다투어 급식줄을 서고는
급식차 들어오자마자 술렁이는 우리 교실.
많이줘 덜어줘 반찬투정 시Rm럽다
고기는 산더미 김치는 요만큼
“키 안커” 선생님의 충고에 멈추는 반찬 투정.
<초등 고학년부 장원>
학교앞 문방구
김수정(서울염리초 6학년)
등굣길에 들러보고 하교길에 들려보고
주머니엔 동전하나 들어있지 않으면서
다리랑 눈이랑 들어가자 졸라댄다.
색색깔의 지우개랑 색색깔의 볼펜들이
새까만 눈동자를 기쁘게 해주지요
물건들 보고 있으면 놀부되는 내 마음.
<중등부 장원>
가로수
김은진(장평중 3학년)
나무는 우두커니 바람을 즐기었다
나태에 젖어들어 늘어뜨린 가지들을
유유히 하늘빛 속에서 흔들어 댈 뿐이었다.
바람은 속삭이듯 나무를 달래었다
소리없이 부대끼며 울어대는 가지들을
가득히 노을 빛 마음으로 안아줄 뿐이었다.
나무는 우두커니 내 곁을 지키었고
바람은 속삭이듯 가을을 전하였다.
가을빛 그 외로움 속에서 내 곁 지킬 뿐이었다.
<고등부 장원>
한강
이정민(수리고 2학년)
낮은 음계로 현을 튕기는 저 투명한 속 살
짙은 어둠에도 뱃길을 열어 놓고
누구의 품을 적시려는가 풍만한 저 강폭.
둥둥둥 북소리가 북악에서 울리면
애닯은 우리 역사 차라리 입에 물고
상처가 보일때마다 씻어주는 우리 한강.
수백년 시린 바람에도 말없이 흐르다가
나룻배 지나가면 갸윳이 귀세우고
서로를 아우르는 이마다 푸른바람 적셔준다.
<일반부 장원>
장터
우미영
재작년 뇌출혈로 아이되신 울엄마
연천장 전곡장 가림없이 다니시며
순대국 머릿고기가 만나다며 웃지요.
말씀도 손재주도 잃은건 많았지만
정 없다 체념하던 서방님 의지한 채
5일장 7일장하며 데이트도 하지요.
한적한 전원주택 이름만 좋았을 뿐
외로운 노부부는 장날이 잔치라며
오늘은 선지해장국 먼저 뜨라 권해요.